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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왜?’ 이야기

아이가 “몰라”라고 대답하는 이유, 생각을 말하게 돕는 방법

by 와이플랩 2026. 9. 7.

아이가 “몰라”라고 대답하는 이유가 정말 아무 생각도 없기 때문일까요? 그림책을 읽고 느낌을 물었을 때,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했는지 물었을 때 돌아오는 “몰라” 한마디에 부모는 답답해집니다.

생각을 말하게 해주고 싶어 질문을 더 많이 하지만, 아이의 대답은 오히려 짧아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대답을 재촉하기보다 질문의 크기와 말하는 상황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이가 “몰라”라고 말하는 여러 이유와, 아이의 생각을 부모가 대신 정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아이가 “몰라”라고 대답하는 이유, 생각을 말하게 돕는 방법
아이가 “몰라”라고 대답하는 이유, 생각을 말하게 돕는 방법

아이가 “몰라”라고 대답하는 이유는 하나가 아닙니다

아이의 “몰라”는 정말 답을 모른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거나, 알맞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같은 말을 사용합니다.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거나 질문에 정답이 있다고 느껴질 때도 “몰라”가 가장 간단한 대답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잘 생각해봐”라고 바로 재촉하기보다 아이가 무엇에서 막혔는지 구분해야 합니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기억을 떠올리기 어려운 것인지, 생각은 있지만 말로 정리하지 못한 것인지에 따라 부모가 도와주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아이의 표정과 시선, 질문받기 전 상황을 함께 보면 필요한 도움을 찾기가 쉬워집니다.

질문이 너무 크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뭐 했어?”는 어른에게 간단한 질문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아이는 하루 동안 있었던 여러 일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 순서를 떠올리고, 문장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몰라”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이때 같은 질문을 반복하기보다 범위를 작게 줄여봅니다.

“오늘 밖에서도 놀았어?”
“점심시간에는 누구 옆에 앉았어?”
“오늘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뭐야?”

첫 질문에도 대답하기 어려워한다면 선택지를 줄 수 있습니다.

“블록 놀이를 했어, 아니면 그림을 그렸어?”

선택지는 아이의 생각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억을 꺼낼 출발점을 만들어주는 방법입니다. 아이가 하나를 고르면 “그림을 그렸구나. 어떤 색을 사용했어?”처럼 한 단계만 더 물어볼 수 있습니다. 미국언어청각협회에서도 아이의 언어 표현을 돕는 방법으로 선택지가 포함된 질문과 아이가 한 말을 확장해 들려주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생각을 말로 바꿀 시간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질문한 뒤 아이가 곧바로 대답하지 않으면, 침묵을 채우기 위해 질문을 바꾸거나 부모가 먼저 답을 말하기 쉽습니다.

“어떤 장면이 재미있었어?”
“주인공이 나와서 재미있었어?”
“그림이 예뻤던 거야?”
“그냥 재미없었어?”

질문이 빠르게 이어지면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보다 마지막에 들은 말 중 하나를 고르게 됩니다.

아이들은 질문을 이해하고 대답을 준비하는 데 어른보다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질문한 뒤 잠시 기다리는 시간이 왜 중요한지를 살펴본 연구에서도, 어른이 대답을 기다리는 방식에 따라 아이가 제공하는 정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이가 시선을 움직이거나 입을 달싹이고 있다면 생각을 정리하는 중일 수 있습니다. 바로 다음 질문을 던지지 말고 잠시 기다려봅니다.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천천히 생각해도 돼”라고 말한 뒤 다시 기다릴 수 있습니다.

“왜 그랬어?”가 추궁처럼 들릴 때도 있습니다

부모는 행동의 이유를 알고 싶어 “왜 그랬어?”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실수했거나 이미 혼날까 봐 걱정하는 상황이라면 이 질문은 생각을 묻는 말보다 잘못을 따지는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아이가 컵을 엎지른 뒤 “왜 그랬어?”라는 질문을 받으면, 컵이 손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몰라”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원인을 한 번에 설명하게 하기보다 일어난 일을 순서대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컵을 들고 가다가 손이 부딪혔어?”
“물이 쏟아졌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어?”
“다음에는 컵을 어떻게 들고 가면 좋을까?”

사실, 감정, 다음 행동을 나누어 물으면 아이가 자신을 변명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 느낄 수 있습니다. 잘잘못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먼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은 뒤 필요한 기준을 알려주는 편이 좋습니다.

정답을 맞혀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표정과 말투에서 원하는 대답이 따로 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부모가 “이 친구는 왜 슬퍼 보일까?”라고 물었는데 아이의 답을 바로 고쳐주면, 다음부터는 자기 생각보다 부모가 원하는 정답을 찾으려 할 수 있습니다.

그림만 보고 등장인물의 마음을 추측하는 질문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그냥 슬퍼”라고 답한다면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그림에 보여?”라고 가볍게 이어갈 수 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면 부모가 생각하는 과정을 먼저 보여줘도 됩니다.

“엄마는 입이 아래로 내려가 있고 혼자 서 있어서 슬퍼 보였어. 너는 어디를 봤어?”

부모의 답을 정답처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림에서 단서를 찾고 생각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이는 부모와 말을 주고받으며 표현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아동발달센터도 아이가 바라보거나 느끼는 것에 어른이 말로 반응하는 주고받기식 상호작용이 언어와 사회적 능력의 기초를 돕는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그림책 읽기의 목표를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것’에 두기보다, 다 읽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바라보는 그림을 함께 보고 말을 주고받는 과정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 상호작용하며 그림책을 읽는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대답하지 않는다고 해서 언제나 질문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배가 고프거나 피곤한 상태, 놀이에 집중하고 있는 순간에는 이야기를 나눌 여유가 없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자마자 하루를 자세히 물으면 “몰라”라고 하던 아이가 간식을 먹고 쉬는 동안에는 먼저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실제로 말하고 싶어 하는 시간을 찾는 것입니다.

“지금 말하기 싫으면 나중에 이야기해도 돼.”

이렇게 대화를 잠시 미루는 것도 필요합니다. 말하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주면 대화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순간에 다시 말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됩니다.

잠들기 전, 함께 걷는 시간, 그림을 그리거나 블록을 만드는 동안처럼 서로 얼굴을 계속 바라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더 자연스럽게 나오는 아이도 있습니다.

생각을 말하게 돕는 질문은 작고 구체적입니다

“어땠어?”보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뭐야?”가 대답하기 쉽습니다. “왜 좋아해?”보다 “색이 좋아, 모양이 좋아?”가 말문을 열기 편할 수 있습니다.

선택지를 준 뒤에는 아이의 대답을 그대로 끝내지 않고 한두 단어를 보태어 되돌려줍니다.

아이: “빨간색.”
부모: “빨간색이라서 이 그림이 마음에 들었구나.”
아이: “불자동차 같아.”
부모: “불자동차가 생각나서 골랐구나.”

아이가 처음부터 긴 문장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 단어를 말하고, 부모가 그 말을 문장으로 확장하고, 아이가 다시 내용을 보태는 과정도 충분한 대화입니다.

반대로 아이가 부모에게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며 대화를 이어가려는 경우에는 아이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이유와 답하는 방법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와이플랩이 정답보다 설명하는 과정을 담는 이유

저는 첫째가 자신이 아는 것을 자기 말로 설명하는 힘을 길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와이플랩의 활동 자료도 정답을 고르는 문제만 나열하기보다 먼저 보고, 찾고, 비교하고, 서로 연결한 뒤 이야기할 수 있도록 구성하려고 합니다.

아이의 생각을 키운다는 것은 어른이 원하는 답을 길게 말하게 하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왜 골랐는지, 해보니 어땠는지를 짧게라도 표현할 수 있게 돕는 일에 가깝습니다.

이는 AI 시대 자녀교육에서 자기 기준을 길러야 하는 이유에서 이야기한 질문하고 판단하는 힘과도 연결됩니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경험이 있어야 다른 사람이 제시한 답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몰라” 다음에 이어질 말을 기다려주세요

아이가 “몰라”라고 대답하는 이유를 무조건 집중력이나 태도의 문제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질문이 너무 크거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정답을 맞혀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은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질문을 더 많이 하기보다 범위를 작게 줄이고, 선택할 단서를 보여주고, 아이가 대답할 시간을 남겨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한 단어라도 말하면 그 표현을 문장으로 넓혀 다시 들려줄 수 있습니다.

목표는 “몰라”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정말 모르는 것과 아직 말로 꺼내지 못한 생각을 구분하고, 준비되었을 때 자기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